“전기차 올인했다가 망할 판”…글로벌 완성차 업계, 살길 찾아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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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막대한 손실로 전기차 전략 전면 수정 (출처-포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 포드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전기차 부문에서만 48억 달러(약 6조 9,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구조조정 비용까지 포함한 총 순손실이 82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글로벌 판매량 순위의 변동이다. 포드는 연간 약 440만 대를 판매했으나, 중국 BYD가 460만 대를 기록하며 추월당해 글로벌 6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GM과 스텔란티스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흡수하고 있으며, 일본 혼다도 전기차 전환 비용으로 순이익이 40% 이상 폭락하는 등 업계 전반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예상보다 긴 ‘캐즘’ 구간, 수요 정체가 부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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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이라 불리는 수요 정체기에 진입하며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지난해 4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했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능력은 5년 전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나 완성차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약 3,328억 원이 없었다면 약 4,548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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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포드는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저가형 전기차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합작법인을 청산하고 켄터키주 1·2공장을 포드에 넘기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약 4조 2,000억 원의 손상을 반영해 총 5조 4,06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저가 공세에 무너진 ‘프리미엄 방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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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칸 일렉트릭 (출처-포르쉐)

전통 제조사들의 위기는 단순한 전기차 수요 부진만이 아니라,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인 저가 전략에서도 기인한다. CATL은 2025년 1~11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400GWh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증가했으며, BYD 역시 175.2GWh로 31.3%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본토를 넘어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2030년 전기차 비중 80% 달성 목표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자회사 청산 등에 약 31억 유로(약 4조 7,600억 원)를 투입해야 했으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병행 생산 체제로 급격히 선회했다. 이는 전기차 ‘올인’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이브리드로 ‘전략적 후퇴’… 재편되는 미래차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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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처-포드)

한편 증권가에서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실적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유관 부문 사업 가치를 사실상 ‘0’으로 평가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포드와 포르쉐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들은 무리한 전기차 전용 전략을 수정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하이브리드(PHEV 포함) 및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투자 우선순위를 옮기고 있다.

SK온은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63% 축소하며 재무 효율화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연말 설치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제품 출하와 실적 반영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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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E-하이브리드 (출처-포르쉐)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예상 수요에 맞춰 갖춰놓은 기술·생산 체계를 어떻게 전환할지가 관건”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ESS 모두 전방 전기차 고객사의 기존 발주 대비 규모가 작아 기업들이 또 다른 공급처 찾기에 분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