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전기차 전략 후퇴 조짐
미국 관세·중국 부진이 직격탄
미래 전략 수정 불가피한 상황
한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미래차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혼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전기차 전략 전면 수정이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미국 관세 폭탄과 수요 둔화, 중국 시장 부진이 동시에 덮치며 실적은 급락했고, 업계에서 ‘성장 동력 상실’ 우려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혼다 최고재무책임자 후지무라 에이지는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해 더는 낙관할 수 없다”며 전략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미래차 전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주고 있다.
미국·중국에서 동시 타격
혼다는 2025~2026 회계연도 1분기 전기차 관련 손실이 약 7억8000만달러(한화 약 1조8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16억9000만달러(한화 약 2조3400억원)에 그쳤다.
특히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과 기술력 격차로 어려움이 크다. 후지무라 전무는 “혼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 완성도에서도 밀린다”며 “초기 계획보다 판매가 저조하다”고 인정했다.
또한 후지무라 전무는 “미국 관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도 혼다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획 축소 가능성 제기
혼다는 원래 2026년 미국 시장에 ‘제로(0) 시리즈’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전기차 공장 투자 지연, 개발 속도 조절, 미국 세액공제 혜택 상실 등이 겹치며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외신은 혼다가 전기차 계획을 축소할 가능성을 언급했고, 해외 전기차 전문 매체 역시 “혼다가 과거 전략에 안주하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혼다는 미국에서 GM과 협력해 개발한 ‘프롤로그’와 아큐라 ‘ZDX’를 판매 중이며, 두 차종 모두 비교적 양호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전략에서 보면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 방식 전환으로 돌파구 모색
혼다는 미국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후지무라 전무는 “미국 공장의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꾸면 추가 설비 투자 없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공급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혼다의 행보가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혼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