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이 실사용자들로부터 10점 만점에 9.1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인 현대 아이오닉9 판매량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월드카 오브 더 이어’ 2관왕에 오른 상품성과 실제 판매 성적 사이의 간극이 주목받는 가운데, 기아는 2026년형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카니발 위협하는 공간감, 500마력 GT까지 갖췄다
네이버 마이카 오너평가에 따르면 EV9은 디자인과 주행 부문에서 각각 9.7점을 기록하며 실사용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거주성 9.6점, 주행거리 9.4점, 품질 9.2점 등 가격(7.2점)을 제외한 모든 항목이 9점을 넘겼다. “디자인, 성능, 크기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완벽한 패밀리 전기 SUV”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EV9의 높은 만족도는 압도적인 차체 크기에서 비롯된다. 전장 5,010mm, 전폭 1,980mm, 휠베이스 3,100mm로 카니발에 준하는 공간을 확보했다. 스탠다드 모델은 76.1kWh 배터리에 215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74km 주행이 가능하며, GT 모델은 500마력 이상의 고성능 사양을 제공한다.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타맵 시그니처 주간주행등으로 구성된 전면부는 강렬한 인상을 주고, 각진 박스형 실루엣과 높은 지상고는 안정감을 더한다. 캐나다 자동차 기자협회는 “세련된 스타일과 전반적인 상품성, 가격, 크기까지 만족스러운 3열 전기차”라며 2026년 올해의 전기 SUV로 선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21만대 vs 국내 1,594대… 가격이 발목 잡아
문제는 국내 판매다. EV9은 2025년 글로벌 시장에서 21만 1,215대를 판매하며 2023년 출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서는 단 1,594대만 팔리며 기아 전기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아이오닉9은 8,227대를 판매해 5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업계는 초기 가격대가 국산차 심리적 저항선인 7,000만~8,000만원을 초과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
출시 초기 8일 만에 1만 367대 사전계약을 받았지만, 점차 재고가 70% 이상 쌓이며 기아는 2025년 2월부터 최대 500만원 할인에 나섰다.
이후 추가 인하로 2WD 기준 5,000만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파격 할인 이력으로 제 값에 살 소비자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6년형 5,800만원대 전략… 쏘렌토·카니발 트레이드인 공략
한편 기아는 이달 초 출시한 2026년형 EV9에 신규 엔트리 트림 ‘라이트’를 추가하며 시작 가격을 6,197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모두 반영하면 실구매가는 5,800만원대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여기에 쏘렌토나 카니발 보유 고객에게는 상향 대차 트레이드인 혜택 100만원을 추가 제공해 최대 170만원 할인 혜택을 준다.
특히 2026년형은 전 트림에 테일게이트 비상램프를 추가하고, 에어 트림 이상엔 100W C타입 USB 단자를 기본 적용했다. 더불어 롱레인지 4WD 6인승 스위블 옵션 패키지에는 3열 열선시트를 더하고, 크래쉬패드와 도어 암레스트에 스웨이드 감싸기를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강화했으며 에어·어스·GT 트림의 가격은 동결해 경쟁력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