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세우면 과태료냐 아니냐”…아파트 주차장서 매일 논쟁, 알고 보니 ‘기가 막혀’

주차 배려구역 혼선
경차·여성 구역 과태료 논란
전기차 충전구역 단속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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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단지와 공영주차장에서 주차 구역을 둘러싼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표시와 색을 쓰다 보니 운전자 입장에서는 모두 비슷한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문제는 경차 전용 구역, 여성 우선 구역,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이 각각 전혀 다른 법령과 기준을 따른다는 점이다. 같은 ‘배려 구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태료 부과 여부와 단속 근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여기 세우면 과태료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구역은 안내 문구와 달리 법적 강제력이 없어 오해를 낳고, 반대로 전기차 충전 구역처럼 생각보다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곳도 있다.

경차 전용 구역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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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용 주차 구역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먼저 경차 전용 주차 구역은 주차장법과 시행규칙, 국토교통부 고시에서 설치 의무와 비율, 구획 크기 등을 따로 정해 둔 구역이다.

표지판과 노면 표기를 통해 일반 차량과 구분하고, 경차 운전자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운영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경형 승용차와 승합차에 대한 별도 기준을 제시하지만, 이 기준을 어겼을 때 누구를 어떻게 단속할지에 대한 조항은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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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용 주차 구역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주차장법 제22조와 같은 법 시행령도 경차 전용 구역에 일반 승용차가 주차했을 때를 별도 위반 항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결국 현실에서는 세단이나 SUV는 물론 화물차가 이 공간에 주차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관리 주체가 경차 운전자 편의를 이유로 차량 이동을 요청하거나 안내 방송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질서 유지를 위한 권고 조치에 그친다. 따라서 경차 전용 표시만으로는 과태료 처분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행 체계다.

여성 우선 주차장의 법적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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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선 주차 구역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은 성별을 기준으로 한 ‘전용 구역’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법적 근거를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

이 구역은 주차장법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정한 조례에 따라 설치되는 배려 구역으로, 보행 동선과 안전을 고려한 권고성 시설이다.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등 관련 조례는 여성 우선 구역의 위치, 표시 방법, 설치 비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특정 성별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구역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남성이 이용했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라는 내용도 포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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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선 주차 구역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조례 조문과 주차장법 제22조를 함께 살펴봐도 여성 우선 구역을 이용한 남성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는 없다. 실제 단속 항목에도 이 내용은 빠져 있어 경찰이나 지자체가 과태료나 범칙금을 매길 수 없다.

다만 보행 동선 단축, 비상벨 인접 배치 등 안전 목적을 고려한 구역이라는 점에서 관리 주체가 이용 차량을 조정하거나 이동을 권유하는 정도의 조치는 가능하다. 이 역시 경차 전용 구역과 마찬가지로 배려와 안내의 영역일 뿐,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다.

전기차 충전 구역의 단속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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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은 설치 목적과 적용 법령이 앞선 두 구역과 확연히 다르다. 이 구역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에 근거해 설치되며, 해당 조항은 충전 구역 설치와 관리 원칙을 정하면서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주차를 명확히 금지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제2항은 이를 위반해 전기차 충전 구역에 주차할 경우 2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이나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아닌 차량이 충전 구역에 세워진 것이 적발되면, 관리 주체는 별도 계도 과정 없이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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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 (출처-현대차그룹)

다만 전기차 번호판을 달았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충전 목적 없이 단순 주차만 하거나, 급속 충전 완료 후 1시간 이내, 완속 충전은 14시간 이내라는 이용 시간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이 역시 위반으로 간주된다.

전기차 운전자는 차량 종류뿐 아니라 충전 목적과 이용 시간을 함께 지켜야 과태료를 피할 수 있다.

정리하면 경차 전용 구역과 여성 우선 구역은 법령상 ‘배려와 권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전기차 충전 구역은 별도 법률과 시행령으로 뒷받침되는 강제 규제 영역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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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 (출처-서울시)

비슷해 보이는 표시라도 어떤 법을 근거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책임과 제재 수준이 달라지는 만큼, 각 구역의 법적 성격과 이용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첫 번째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