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차량관리 점검 필수
배터리·타이어 미리 교체
방전·미끄럼 사고 예방
12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아침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당황하는 운전자가 부쩍 늘고 있다.
눈길에 미끄러져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거나, 출근길에 갑자기 경고등이 들어와 정비소를 찾는 사례도 반복된다.
정비업계에서는 “겨울철 고장의 상당수는 미리 점검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것들”이라며, 운전자들의 관리 습관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겨울 아침 시동이 무겁다면, 배터리는 이미 경고 중
겨울철 차량 고장 가운데 가장 흔한 사례는 단연 배터리 방전이다. 낮에는 별 문제 없이 다니던 차가 영하의 새벽만 되면 시동 키를 돌리는 순간 힘없이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용한 지 3~4년이 지난 배터리는 추위에 더 민감해져 성능 저하가 뚜렷해진다. 전문가들은 시동이 예전보다 한 템포 늦게 걸리고, 밤에 주행할 때 헤드램프 밝기가 예전보다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배터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이런 징후를 느끼면서도 “아직 버티겠지”라며 교체를 미루다 보면, 가장 추운 날 가장 바쁠 때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서 버리는 상황을 맞이하기 쉽다.
짧은 거리 위주의 운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시동을 걸 때는 큰 전력이 사용되지만, 금방 목적지에 도착해 시동을 끄는 패턴이 반복되면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될 틈이 없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배터리를 조금 일찍 교체한다는 생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교체 비용이 적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새벽마다 긴급 출동을 부르는 스트레스와 예기치 않은 일정 차질을 떠올려 보면 그리 비싼 보험은 아니다.
타이어와 냉각수, 눈길 안전을 가르는 마지막 보루
배터리 다음으로 겨울철 사고와 직결되는 요소는 타이어다.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압도 함께 낮아지는데, 이를 방치하면 제동거리와 연비가 모두 나빠지고 특히 눈길·빙판길에서 미끄러질 위험이 커진다.
타이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만큼, “괜찮겠지” 하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 작은 방심이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주유소나 정비소에서 공기압을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제조사 권장 수치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
마모 한계선까지 트레드가 닿았다면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는 날만 타더라도 제동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눈길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거나, 최소한 트레드 깊이가 충분한지 점검하는 것이 안전의 출발점이다.
엔진 내부를 지키는 냉각수 관리도 겨울에는 중요성이 더 커진다. 부동액 농도가 맞지 않으면 영하의 날씨에서 냉각수가 얼어붙을 수 있고, 이는 곧 냉각계통 손상으로 이어진다.
양이 부족한 상태로 장거리 운행을 하면 한겨울에도 엔진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 정비소에서 부동액의 농도와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방치했을 때의 수리비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워셔액과 시야 확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 워셔액은 추운 날씨에서 얼어 노즐과 호스를 막아 버릴 수 있다. 겨울용 워셔액으로 미리 교체해 두면 유리 표면의 얼어붙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앞유리와 뒷유리, 사이드미러의 열선이 정상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해 두면, 눈 또는 성에가 낀 아침에도 시야 확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동을 걸자마자 서둘러 출발하는 대신, 열선과 히터가 어느 정도 작동해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후에 움직이는 습관이 결국 사고 확률을 줄인다.
이번 겨울, 차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운전 습관’
한편 겨울철 차량 관리는 복잡한 정비 기술보다는 기본 점검과 습관에 가깝다. 배터리가 3~4년을 넘겼다면 교체 시기를 가늠하고,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상태를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수의 고장은 사전에 차단된다.
부동액과 워셔액을 겨울 환경에 맞게 관리하고, 열선과 와이퍼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정비업계에서는 “차량의 연식보다 더 위험한 것은 ‘설마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차라도 누군가는 겨울 내내 큰 문제 없이 타고 다니는 반면, 누군가는 한 시즌에 두세 번씩 긴급 출동을 부르기도 한다. 차이점은 브랜드나 옵션이 아니라, 운전자가 계절에 맞춰 차를 얼마나 살펴봤는지 여부다.
이처럼 운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차가 아니라 새로운 습관일지 모른다. 주차장에 내려가 보닛을 한 번 열어 보고, 타이어 옆면을 눈으로 확인하고, 시동을 걸며 평소와 다른 소리를 한 번 더 귀 기울여 듣는 일. 그 몇 분의 점검이 방전과 미끄럼 사고, 갑작스러운 수리비를 미리 막는 가장 현실적인 겨울 대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