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일럿 사망사고 패소
3378억 배상금 명령 받아
머스크 “잘못된 판결” 반발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둘러싼 논쟁이 결국 미국 법원에서 테슬라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연방법원은 2019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의 주행 보조 시스템 관련 사망 사고에 대해, 테슬라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단은 테슬라의 과실을 33%로 인정하며, 회사 측에 2억4300만 달러(한화 약 3378억 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 2억 달러가 포함된 금액이다.
해당 판결은 오토파일럿 기능과 관련한 소송 중에서도 피해자 측이 승소한 이례적인 사례다. 특히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소송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심원단 “테슬라 책임, 무시 못해”

사고는 2019년 밤, 플로리다 남부의 한 2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오토파일럿을 켠 채 시속 10km/h 이상으로 주행 중이던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도로변에 정차된 차량과 부딪힌 뒤, 그 옆에 서 있던 젊은 커플을 치었다.
이 사고로 여성은 현장에서 숨졌고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당시 운전자는 휴대전화 통화 중 전화기를 떨어뜨렸고, 이를 줍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었다.
원고 측은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주행 경로 상의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해당 기능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사용자에게 전달했다는 점도 쟁점이었다.

테슬라 측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책임을 부인했지만, 배심원단은 오토파일럿의 기술 결함이 사고 원인의 일부임을 인정했다. 단순한 운전 미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돌이라는 판단이었다.
테슬라 “기술 위협하는 판결…항소할 것”

판결 직후 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는 “이번 결정은 단지 테슬라만이 아닌, 생명 구호 기술을 개발하려는 자동차 산업 전체에 위협이 된다”며 “법적인 오류가 심각한 만큼, 즉각 항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한 이용자가 “테슬라가 반드시 항소하길 바란다”고 남기자, 머스크는 짧게 “(항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자율주행 관련 기술 책임 소재 논의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외신은 “현재 오토파일럿 및 FSD 관련 소송만 10여 건 이상”이라며 “이 중 일부 사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유족 “경고 없이 내몰린 생명”

사망자 유족 측 변호인은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반응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시스템 오류 속에서 방치됐다”고 밝혔다.
이는 오토파일럿이 도로 경계나 정지된 차량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부주의보다 더 복합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처음에 총 3억4500만 달러(한화 약 4808억 원)의 손해를 주장했으나, 최종적으로 1억2900만 달러의 손해액 중 테슬라가 부담할 몫 33%인 43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 2억 달러를 합쳐 2억4300만 달러로 조정됐다.

사고 당시 차량 상태, 주행 환경, 운전자 행위 등 다각적인 요인이 결합됐지만, 배심원단은 테슬라의 기술적 결함을 분명한 변수로 판단한 것이다.
한편 테슬라가 향후 항소에서 어떤 주장을 펼칠지, 법원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테슬라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 전체의 신뢰와 확산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