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 넘으면 안 산다?”…전기차 시장 흔드는 ‘3천만 원대’ 보급형의 역습

전기차 시장 양극화 심화 흐름
국내 보급형, 해외 중대형 강세
가격대별 맞춤 전략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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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3 (출처-기아)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단순한 판매량 이상의 전략적 승리로 평가된다.

같은 해 국내 시장에서는 저렴한 보급형 모델이 인기몰이를 한 반면, 해외에서는 중대형 프리미엄 EV가 호응을 얻는 흐름이 뚜렷했다. 시장마다 상반된 소비 성향을 반영한 ‘이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 현실 가격이 모든 걸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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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35% 성장하며 반등세를 탔지만, 아이오닉 5·6, EV6 등 기존 주력 모델은 성장세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했다. 보조금을 받아도 실구매가가 5,000만 원을 넘는 가격 탓에 소비자 외면이 이어졌다.

이에 반해 3,000만 원대 초반에 실구매가가 형성된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두 모델은 각각 소형 SUV와 경형 크로스오버라는 시장 수요에 정확히 부합하면서도, 주행거리·공간성·디자인 측면에서 ‘싼 맛에 타는 전기차’라는 인식을 넘어서 상품성까지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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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3 (출처-기아)

이 같은 흐름은 ‘고사양보다 가성비’, ‘기술보다 실속’을 선택하는 대중의 소비 심리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뚜렷해졌다는 신호다. 실제 구매자들은 “이제 전기차는 얼리어답터가 아닌 서민의 차가 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선 중대형 전기차가 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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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아이오닉 5는 미국 시장에서 오히려 역주행하며 판매가 늘었다. 2025년 부분 변경 모델이 디자인과 실내 품질을 개선하며, 북미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이다.

특히 테슬라 모델 Y의 ‘너무 흔한’ 디자인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아이오닉 5의 레트로 스타일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매력 포인트로 꼽고 있다.

기아 EV9도 북미 시장에서 대형 3열 SUV의 ‘틈새’를 완전히 선점했다. 전통적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EV9이 사실상 유일한 대형 전기 SUV 선택지로 떠오르며, “없어서 못 파는 차”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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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출처-기아)

국내에서는 “크고 비싸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던 EV9이, 미국에서는 패밀리카·캠핑카 수요까지 흡수하며 실용성과 프리미엄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동일한 차가 시장마다 정반대의 반응을 얻은 셈이다.

경형부터 대형까지…현대차 전기차 전략의 핵심은 ‘풀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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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5 (출처-기아)

한편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의 강점이 단일 모델이 아닌 ‘전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탄탄한 라인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가 S·3·X·Y 중심의 단일 전기차 구조에 머무르고, 중국 브랜드들이 소형 위주의 가격 경쟁에 치우친 반면, 현대차는 경형 캐스퍼 EV부터 대형 EV9, 향후 출시될 EV4·EV5까지 전방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풀라인업 체계는 시장의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불확실한 경기 속 ‘실속형’으로 빠르게 전환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고부가가치 모델’을 앞세우는 전략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